STEW

[서평] 눈먼 자들의 도시 ★★★★☆

[ 읽게 된 동기 ]


이전에도 분명히 들어본 적이 있는 제목이지만, 읽지는 않았다. STEW 독서 모임을 시작하며 올해의 첫 지정 도서라 이제서야 책을 들었다.

 

[ 한줄평 ]


당연시해왔던 사회의 안전망이 오늘 밤 붕괴되면, 내일의 나는 누구일까.

 

[ 서평 ]


이 소설의 설정은 잔혹하기 짝이 없다.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실명이 된다. 일반적인 빛이 안 보여 어둠에 잠기는 실명도 안타깝지만, 그런 실명과 다르게 흰색 빛밖에 안 보인다고 하는데, 마치 수술대에 누워 있는 상태를 연상시키는 듯 하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 이른바 ‘백색 질병’은 단 한 명의 인물인 의사의 아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기상천외한 전염률을 자랑한다. 그 때문에 아무도 눈 먼 사람에게 도움의 손을 건낼 수가 없으며, 아무도 이 질병을 연구할 수조차 없다. 이 혼란 속에서 사회는 붕괴한다.

사실 우리를 포함해서 책을 살 형편이 되는 많은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시한다. 오늘 밤 잠을 자고 일어나는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거나, 눈이 머는 둥 갑작스러운 변화가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세상이 실제로 그렇게 안전하지만은 않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타던 중 엔진 폭발로 비행기 창문이 깨져 사망한 승객은 이를 예상하고 비행기를 탈 때부터 초조했을까? 타이타닉호 탑승객들도, 세월호의 학생들도 그들의 세상이 갑자기 뒤집힐 것이라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이화여대 교정 안에서도 트럭이 학생을 들이받은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적인 안전지대란 있을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휴리스틱에 의존해 세상을 간단히 보는 우리는 일어나지 않은 위험에 대해 둔감해, 극심한 빈곤 상태가 아닌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은 내일에 대해 안일하다.

이러한 우리에게 작가 사라마구는 포비아(공포증) 노출치료인 홍수처럼 돌직구를 날린다. 재미 있는 우연이지만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도 있지만) 세계2차대전의 시작을 알린 폴란드 전투는 독일어로 “백색 상황”으로 불렸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찾아 온 소설 속 비현실적인 백색 질병에 대처하고 대처하지 못 하는 사람들은 정말 현실적이기에 책을 읽는 내내 소설 속 사회와 우리 사회는 겹쳐 보인다. 등장 인물들은 내 친구나 이웃일 수도, 심지어 나일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과정 내내 저자는 사회가 지속되는 데에 치안 관리와 같은 동력과 사회의 안정성에 대한 구성원들의 믿음이 얼마나 핵심적인지, 그리고 사회가 붕괴하는 과정을 묘사하며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사회는 사실 얼마나 복잡한 이해관계 위에 어렵사리 형성이 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이는 결국 사회 속 개개인의 의미에 대해서도 의심 아닌 의심을 하게 만든다. 누군가 갑자기 내 방 문을 부수고 들이닥쳐 약탈해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지금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을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내가 보람을 느끼며 하는 많은 활동들은 사실 상 위태롭지 않은 사회가 있기에 그 의미가 있으며 애초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사회가 없는 세상 속 개인은 무엇일까.

 

[ 인상 깊은 문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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