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W

[서평] 1일 30분 ★★★☆☆

읽게 된 동기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눈에 들어왔다.

한줄평


내가 찾은 방향에 확신이 생겼다.

서평


미팅시간 사이 잠시 틈이 생겨 중고서점에 들렀다. 경영 서적을 구경하던 중 굵은 글씨 한문이 눈에 들어왔다. 1일 30분. 작고 얇은 책이다. 2008년 출판된 무려 14쇄 책. 누리끼리한 이 책에서 뭔가 얻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하철에서 읽을 가벼운 책으로 적절해 보였다. 생각해보니 한동안 무거운 책만 읽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벨 연구소 이야기, 플랫폼 제국의 미래 등 자리를 잡고 앉아서 깊이 읽어야 할 책이었다. 이달 초 우연히 <모든 기록은 워크플로위(Workflowy)에서 시작된다> 책을 읽고 꽤 많은 것을 얻었다. 이 글은 워크플로위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다이널리스트(Dynalist) 앱으로 적고 있다. 두꺼운 이론서를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틈틈이 읽을 수 있는 실용서도 괜찮을 것 같았다. 중고서점에서 4,400원. 아메리카노 한 잔 값으로 무척 만족스러운 감적을 얻었다. ‘확신’ 말이다.

공부에 미친 자


작가는 공부에 미쳤다. 그리고 좀 재수도 없다. 프롤로그에서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놨는데,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말이 속으로 튀어나왔다. 지하철에서 책을 펼치곤 ‘뭐야…’ 싶었다. 하지만 40페이지를 넘어가면서 금세 작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고독’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공부를 그만두고 친구와 어울리면 된다. 학교를 졸업한 여러분에게 그 누구도 공부하라고 애원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이다.
학창시절 잘 웃지도 않고 옳은 말만 하던 선생님 같달까? 강력한 목표의식 속에서 ‘공부해라’를 반복한다. 사실 작가 커리어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영어 강사는 그렇다 쳐도, 일본 내 원어민 발음을 가르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란 말은 거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른바 ‘2:6:2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첫 번째 2는 자신을 성장시킬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기 투자를 하지 않는 타입이며, 6은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자기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아무런 발전이 없는 타입이다. 앞의 2와 6을 합한 8이 전체의 80%를 구성하는데 이들은 아무런 성장이 없으며 자기 투자와는 거리가 먼 그룹이다.
공부를 안 하는 사람은 그저 성장이 없는 자로 낙인을 찍는다. 어쩔 수 없는 존재로 인정한다. 사실 맞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 성장이 꼭 행복의 잣대는 아니지만, 나는 성장하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함께 성장할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같은 맥락에서 나도 주위 사람에게 작가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이렇게 딱딱하고 인정 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하는 소심한 생각도 해봤다.
인간은 하루 24시간의 활동 중에서 보통 3번의 식사를 한다. 매번 식사 후에 1시간 정도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하루에 3시간이나 생산적인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7시간 정도 잠자기 때문에 나머지 17시간 중 3시간, 즉 엄밀히 하면 하루의 약 17.6%가 비생산적인 활동이다. 이 시간을 잘 컨트롤하면 생산적인 활동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식사 시간을 ‘비생산적인 활동’이라 언급한 부분에서는 헛웃음이 나왔다. 작가는 영양소를 모두 보충할 수 있는 알약이 나온다면 그 알약만 먹고 살 사람이다. 공부를 위해 식사 시간을 바꾸고, 식단을 바꾸는 모습에서 프리미어리그 축구 선수가 떠올랐다. 작가는 ‘공부에 미친 자’다.

근데 이거 내 얘기로구나


프롤로그를 읽으며 작가 커리어를 유심히 봤는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작가 커리어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거 딱 내 이야기였다. 내 이야기인 이유는 첫 번째로 캐릭터가 비슷했다. 20대에 성과를 내지 못한 편이었고, 30대에 접어들며 방향성을 잡은 편이다. 갓 30대에 접어든 나로서는 남은 챕터가 점점 더 궁금해지는 이유였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자기 투자는 책을 사는 것이다. 책이란 책을 몽땅 사라는 말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지식 흡수율이 낮아도 10분의 1로 떨어진다는 점을 알아두자.
두 번째는 돈을 쓰는 방식이 비슷했다. 나 역시 책은 사는 편이다. 책을 읽을 때 접고, 형광펜을 치려면 내 책이어야 한다. 스스로 돈 쓰는 방식에 이해하면 투자를 쉽게 하는 편이다. 작가는 백만원 단위 의자도 과감히 투자하는 사람이다.
학습량을 늘리지 않으면 공부 성과는 절대로 오르지 않는다. 여러분은 중요한 80% 학습량을 무시하고 좋은 교재와 서비스에만 눈을 돌리고 있지는 않은가?
세 번째는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최근 방향성을 찾기보다 ‘실천’에 초점을 맞췄다. 물리적 공부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는데, 관련 경험을 정리했으니 이보다 더 적절한 시점이 있을까 싶었다. 시기적절한 책은 정말 땡큐다.

이미 찾았던 방향성. 내가 얻은 건 확신


최근 개인 사무실을 얻었다. 할 일이 많은데, 퇴근하면 몸이 퍼지는 게 문제였다. 내가 할애하는 파트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본업, 둘째는 STEW, 셋째는 자기계발이다. 본업에서 한 사람 몫을 하는 것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스스로 프로의식을 갖추고 있기에 필요한 시점에는 알아서 부차적인 일은 쳐낸다. 파트를 크게 3개로 나눴지만, 본업 파트는 3개 파트 중 1순위다. 본업이 없다면 다른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 본업을 무너뜨리면서 다른 일을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개인 사무실을 얻었다.
STEW는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다. STEW는 홀수 연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데, 2019년 홀수 해를 맞아 소모임 확장을 하고 있다. 독서소모임을 충원했고, 경영소모임 포맷을 수정하고 있다. 코딩소모임도 부활시키려 머리를 굴리고 있다. 2011년부터 8년째 운영 중인 STEW는 이제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본업이 바쁠 때도 잘 지켜냈고, 앞으로도 문제없이 이어갈 수 있다. 문제는 자기계발이다. 본업이야 당연히 처리하는 일이고, STEW는 수십명 친구들과 함께하기에 몸이 힘들어도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자기계발은 자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쉽게 멈추곤 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고독’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공부를 그만두고 친구와 어울리면 된다. 학교를 졸업한 여러분에게 그 누구도 공부하라고 애원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문구다. 난 ‘고독’에 참 약하다. 업무 매우 굉장히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홀로 글을 보며 싸워야 할 때도 많다. 그렇게 본업에서 고독과 싸우고 나면 자기계발을 하기가 참 쉽지 않았다. 1월에 올해의 단어를 ‘English’로 정하고 2월을 그냥 보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나태함을 벗어날 방안을 고민했다. 영어는 내게 계속 고통을 줬다.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영어책도 많이 샀고, 학원도 다녔다. 온라인 원어민 영어 회화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꾸준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어를 못한다. 차분히 시작해보자는 생각에서 2월 말 토익 시험을 신청했다. 공부는 해야겠으니 퇴근 후 카페를 찾아갔다. 영어공부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온갖 소음이 짜증으로 다가왔다. 집 주변 코워킹 스페이스를 알아봤다. 가장 저렴한 곳에 1달 계약했다. 출근 전, 퇴근 후 30분, 1시간이라도 책상에 앉았다. 2월 말 토익 시험을 봤다. 내 무력함에 화가 났다. 한참 어린 학생들을 보며 부끄러움도 느꼈고, 도대체 언제까지 ‘나 영어 잘 못 해요’하며 살 것인지 내게 물었다. 어지럽던 방향성이 조금씩 분명해졌다.
▲보름간 영어 공부를 매일 했다.
종일 일정이 있어 토요일 공부를 못했지만, 새벽 시간을 활용해 매일 영어 공부를 했다. 밤 11시 술에 취해 개인 사무실에 기어와 30분 영어책을 풀고 간 적도 있다.
카페에서 찻값으로 지출되는 돈은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으로 생각하자.
매일 카페를 갔지만, 개인 사무실과는 비교할 수 없다. 사무실은 무척 쾌적하다. 특히 9시 전에는 아무도 없어 무척 조용하다. 밤 11시가 넘었을 때도 비슷하다. 이 속도로 매일 공부하면 연 300~400시간은 할 것 같다. 고무적인 것은 내게도 조금씩 요령이 생긴다는 것이다. 단어를 외우는 데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됐고, 이번 달이면 처음으로 책 한 권을 끝까지 볼 것 같다. 영어에 투자를 많이 했지만, 부끄럽게도 한 권을 끝까지 본 적은 없었다. 개인 사무실을 구한 적절한 투자와 무작정 신청한 토익 시험을 통해 확실한 동기부여를 얻었다. 약간의 의지를 발휘하니 두 달간 전혀 못 한 영어 공부를 작지만 매일 같이하고 있다. 개인 사무실을 사용한 지 3주가 돼 가는 시점에 이 책을 만났다. 내가 노력하는 방향이 책에 적혀있을 때의 기분. 그 기분을 아는가?

마무리


매일 숨을 쉰다고 해서 점점 숨을 잘 쉬게 되지는 않는다. 매일 하는 것도 늘 똑같이 하면 늘 똑같은 결과를 낸다.
인간은 아기 때는 기어 다니다가 무의식중에 습관이 축적되면 반듯하게 걸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연습을 하면 자전거도 타게 된다.
대부분 책을 읽으며 정보를 얻곤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책의 내용에서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생기곤 했다. 책 속에서 나를 발견할 때면 내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먼저 했던 사람을 만나면, 너무도 반갑다. 21일 동안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고 한다. 토익시험 후 시작된 영어 공부를 어느새 보름 동안 지속했다. 이 방향성이라면 올 한해 영어 공부를 습관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장기 계획형은 하루의 공부로는 조금 적다고 생각될 만큼의 공부량을 날마다 꾸준히 하는 것이 요령이다.
작가는 원하는 분야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했다. 스스로 방향성에 확신을 가지면 놀라운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달성할 수 없는 목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목표를 무리하게 설정했을 뿐이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 설정이 문제이지 당신에게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4,400원짜리 얇은 책에서 큰 확신을 얻었다. 이제 지금처럼 나를 믿고 달리기만 하면 되겠다.

인상 깊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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