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W

[서평] 콘텐츠의 미래 ★★★★★

[ 읽게 된 동기 ]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책. 그런데 평이 심상치 않았다.

“얼마나 많은 동료들과 공유하고 싶은가?” 나는 그에 따라 책의 성공 여부를 따진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뉴욕타임스> 에서 함께 일한 전 동료와 직원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마틴 니센홀츠, <뉴욕타임스> 전 CEO, 보스턴대학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교수

평만큼이나 가격와 무게도 일반 책을 웃돌았지만 필요한 인사이트라 판단해 집에 데려왔다. 책의 앞부분을 읽자 이 느낌은 확신이 되었다. 그렇지만 책의 총 페이지수는 743페이지, 무게가 1kg에 달해 끝까지 읽으려다 계속 중도 포기했다.

배수진을 친다는 생각으로 2월 STEW 독서모임 때 이 책을 발제했다. 힘겨웠지만 후회 없고 필요했던 선택이었다.

 

[ 한줄평 ]


경영계의 바이블이자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 “애플은 혁신적이어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필독서.

 

[ 서평 ]


우리는 매일 알게 모르게 콘텐츠를 소비한다. 페이스북의 게시글, 사진, 영상, 광고들, 네이버앱의 미세먼지 수치, 구글 플레이에서 검색하고 다운받는 앱 등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우리 일상 속에 이미 파고들어 있다.

그렇기에 공급자들은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가 없다. 넘치고 넘치는 콘텐츠 중 우리 콘텐츠가 어떻게 해야 우리가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인상을 남길까?

문제는 이에 대한 고민이 자칫하면 헛수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제작자/공급자들은 어떻게 해야 좋은 제품, 서비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집중과 핵심 역량을 외치며 숲을 보기 보다는 나무를 본다. 저자 바라트 아난드는 이를 ‘콘텐츠 함정’이라고 부른다.

애플은 1976년 설립 이후 계속해서 거의 ‘미치도록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첫 20년 동안의 사업 성적은 최근과 비교해 전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미치도록 뛰어난’ 제품은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제품을 놓고 단면만 보지 않고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연결 관계를 파악하고 이용해야 한다.

소비자가 아닌 제품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실수

<콘텐츠의 미래>는 다양한 연결 관계와 수많은 사례들을 들었지만, 성공 사례들 대다수의 기본적인 원칙은 제품이 아닌 사용자를 먼저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말로 들으면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 전혀 당연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지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동 공구를 만드는 회사의 경쟁사가 넥타이를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의외다. 그렇지만 이는 우리가 그동안 소비자 중심적 사고가 아닌, 근시안적인 제품 중심적 사고를 해왔기 때문에 그렇다.

전동 공구 판매가 아버지 날,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에 급증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2000년부터 성장 둔화를 겪은 나이키는 이른바 경영 혁신을 일으켰다. 소니, 애플, 닌텐도 등을 새롭게 경쟁 상대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전략을 수립했던 것이다. 나이키는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닌텐도는 사람들을 집에 들어오고 머물게 했던 것이다. 닌텐도도 2006년 Wii를 출시하면서 나이키를 경쟁 상대로 인식했다.

애플을 경쟁 상대로 규정했던 나이키는 이후 애플을 매출 확대를 위한 파트너로 삼았다. 사람들이 조깅하면서 노래를 듣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애플과 콜라보로 나이키+아이팟 스포츠 키트를 출시한 것이다. 이 역시도 제품이 아닌 소비자 위주로 생각을 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뛰어난 제품보다도 그 제품의 보완재

스티브 잡스 경영 신비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여태까지는 나도 애플의 성공을 혁신적인 제품 덕분이라고만 생각해왔다. 그렇기에 애플이 첫 20년 동안 혁신적인 매킨토시로 고전을 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애플의 아이팟은 그 상황을 역전시켜 준 ‘게임 체인저’였다. 이미 다른 제품들에 비해 시장에 뒤늦게 진입을 하기도 했지만, 하드웨어의 보완재인 소프트웨어에 신경을 쓴 덕분에 85%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다른 mp3 플레이어들의 사용자들은 노래를 다운받는 과정이 복잡했던 반면, 아이튠즈를 통해 싸고 쉽게 노래를 다운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은 이후 같은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에 먼저 진입한 아이폰을 안드로이드로 이겼다.)

사실 최근까지도 많은 기업들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의 품질이 보장이 되어 있다면 단순히 ‘핵심 역량’에 집중한다는 기존의 전략 방향성보다 어떠한 보완재를 활용하여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깨우쳐 준다. 마치 영화관과 탁아 시설이 같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분명히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인 소비자들에게 있어, 최고의 스피커를 자랑하는 극장보다도 편한 영화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페이스북에서 가장 핫한 커뮤니티 중 하나는 단언컨대 ‘여행에 미치다’이다. 한 대학생의 영상 공유 페이지로 시작한 이들은 여행업계에 있어 엄청난 제휴와 방대한 커뮤니티 회원수를 자랑하는 이른바 ‘핫플’이다. ‘여행에 미치다’는 여행 정보가 가장 많아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기존에도 여행사들과 여행 정보 공유 카페들은 많았다. 다만 ‘여행에 미치다’는 여행을 곧 떠나는 사람들에 집중하기보다는, 잠재적으로 여행을 떠날 사람들로 시장을 확대했다. 이는 좁은 타겟층에 집중하라는 기존의 전략과는 상반되는 행동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컨셉을 바탕으로 수많은 연결 관계를 창출해냈다. 요즘 여행사와 여행 인플루엔서의 제휴 패키지가 자주 보이는 것도 여기에서 시작했다.

텐센트, 아마존은 ‘집중’과 ‘핵심 역량’을 외쳐서, 또는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데에 집중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않았다. 그들과 더불어 에어비앤비, 우버 등 혁신을 불러일으켰다고 회자되는 서비스들은 결국 사용자, 제품, 그리고 기능 간의 연결 관계를 발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활용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연결 관계이다. 숲을 보기 위해 끊임 없이 상황을 공부하고 파악하고 그 깨달음을 적용해야겠다.

[ 인상 깊은 문구 ]


사용자 연결 관계

제품 연결 관계

기능적 연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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