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된 계기]
변호사라는 글자에 혹해서 읽게 된 책이다.
[한줄평]
인생은 이론이 아닌 실전이다. 실전에서 우리가 변호사로부터 배워야 할 논쟁 승리 제1법칙은 바로 마음가짐이다.
[서평]
변호사 하겠다며 매일 같이 문제집을 뒤적이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신기하다. 정신 없이 하다보니 벌써 내 인생 제일 큰 시험까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시간개념이 없어질만큼 정신이 없다가도 더이상 문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때 밀려오는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았다.
‘맘 편히 쉬지도 못하니 도움 될만한 책이라도 읽자’ 하면서 읽기 시작한 책이 바로 이 책 <변호사 논증법>이다. 논리 교양서라니 어떻게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이 책을 통해 얻고 싶어 하는 것에 몇 배는 불려서 받은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논리학의 기본원리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논리적 사고보다도 어쩌면 더 중요한 자비로운 마음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의 자비로운 해석의 원칙
우리가 보통 변호사를 생각해보자 하면 대부분은 냉철한 판단력과 논리를 앞세워 법정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쉽게 떠올린다. (수많은 법정드라마의 힘인 것 같다.) 물론 빠른 판단과 사고력은 중요하다. 논리력이 부족하다면 법정에서 패소하는 것은 시간문제일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논리적으로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적인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승리가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법정에서의 승리는 도구적인 의미로, 그들의 본연적 의무는 자신의 의뢰인의 편에 서서 그들이 법적으로 억울한 일이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 임무를 뛰어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고력이 뛰어난 것으로 능사는 아니다. 그 성공의 핵심은 논리력이 아닌 의뢰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이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관점에서 정확히 사건을 바라볼 수 있을 때야 비로소 그에 맞는 논리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변호사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자비심”이라고 주장한다. 의뢰인의 관점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는 공감은 변호사로 하여금 어떤 주장과 근거가 그의 입장을 가장 효율적으로 대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시작점이라고 하는 것이다.
토론과 자비로운 해석
정말 흥미로웠던 점은 저자가 이와 같은 마음가짐을 의뢰인에서 확장하여 일반적인 논쟁 상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 것에 있다.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논쟁에서 무슨 이해와 자비심이 필요한 거지?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논쟁과 토론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오해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흔히 토론하면 생각하는 것은 나의 주장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받아들이게끔 하여 승리를 거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토론의 정확한 정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토론은 본질적으로 효과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행위이다. 그리고 좋은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의견 교류는 필수적이고 그렇기에 소통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논쟁상황에서 더욱이 “자비심과 관심”을 강조해야 한다고 한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야지만 논쟁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즉, 내 주장을 먼저 펼치기 보다 상대의 주장을 듣고 자비롭게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할때 비로소 그에 대한 효과적인 논리적 전개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채 본인의 의견만을 관철하려는 것은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생산적인 결론은 얻지 못한 채 감정에 상처만 남길 뿐이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이는 오늘날 법정을 제외하고서도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서로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우기며 상대방의 주장과 근거는 고려도 하지 않은채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헐뜯기 바쁜 그런 장면말이다. 매일 같이 사회가 나뉘어 싸우는 모습에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 같다.
우리가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우리부터 서로를 듣고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 책과 함께 변호사로부터 자비로운 해석하는 법을 조금이나마 우리 모두 배워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