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동기]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이 폭발하여 충동구매한 책이다.
그들을 지칭하는 것이 누구인지, 또 어떤 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인지 너무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제목 지은 사람 칭찬해야 한다.
[한줄평 및 별점]
★★★★★ (5점 / 5점)
4년 동안 배운 경제학을 뒤집어버린 신선했던 책.
[서평]
나는 경제학도이다.
물론 석사나 박사의 지식에 비하면 턱도 없이 부족하지만 4년간 나름으로 열심히 경제 기본은 익혔다고 생각했다. 특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아닌가? 이런 나라에서 배운 경제학은 꽤 정확한 도구겠거니 하는 믿음과 그것을 배운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말이다.
이 책을 쓴 장하준 박사는 비주류 경제학자라고 본인을 지칭한다. 현재 경제학의 주류인 신자유주의에 도전하는 학자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시장을 신봉하고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파로 1970년대 이후 경제학의 기본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2008년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학파가 주목받기 이전까지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을 믿도록 교육받아왔다. 그 결과 경제 위기 때 신자유주의 학파의 위기론이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는 경제학은 주로 신자유주의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 또한 진보적인 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에서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경제학 수업 대부분은 그 패러다임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 책은 내가 4년 동안 배워왔고 믿어왔던 경제학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콕 짚어준다. 이 책을 쓴 장하준 박사는 비주류 학파임에도 불구하고 2013년의 World Thinkers Top 20안에 들 정도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작가이다. 총 23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장마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경제 상식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저자는 주제 하나하나마다 단호한 어조로 강하게 반박한다.
그 반박들은 주로 자유주의자의 이론이 주장하는 현상에 대해 반증을 하는데 이 중 인상적인 부분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1. 인간은 절대 합리적이지 않다.
이 부분은 행동경제학과 같은 대안 경제학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인간은 합리적이며 항상 옳은 선택을 한다는 것이 신자유주의자의 핵심 전제인데 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사실 좀만 더 생각해보자. 우리가 모두 철저한 계산 속에 살았다면 헬스 산업은 손님 부족으로 진작에 망했을 것이며 개인의 파산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매년 모든 사람의 새해 목표에 다이어트는 빠지지 않는다. 또한 한국에서만 매년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계산 오류”로 파산 신청한다. 결정적으로 2008년 경제 위기는 경제주체가 모두 합리적이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었던 재앙이지만 그것은 실제로 발생하고 말았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 책에선 자본주의의 국적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21세기를 이야기하면서 국제화는 빠질 수 없는 화두이다. 그때 나온 새로운 개념은 바로 초국적 기업이다. 우리나라도 삼성과 현대와 같은 우수한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수출을 하고 생산도 해외에서 한다. 이런 사례를 수업에서 다루다 보니 국경이 무력화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통계를 통하여 저자는 내 의견에 정면으로 맞선다. 초국적 기업은 허상이라고 말이다.
그는 기업에 대하여 신자유주의의 합리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신자유주의자에 따르면 기업은 지극히 합리적인 존재로 그들의 유일한 목표는 수익 창출이다. 수익이 된다면 그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한다는 의미이다. 즉, 이익을 제외한 모든 것은 기업에 합리적인 판단에 대한 변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초국적 기업이라고 불리는 대부분 기업의 본사와 핵심부서는 원래 국가에 남아있다. 또한, 회사를 평가하는 일반 시민조차 애국심이라는 심리, 즉 이익과는 전혀 관련 없는 감정을 토대로 판단하기도 한다.
전제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자유주의는 점점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에 당황해하고 있다. 합리성에 대한 전제에 나도 배우면서 잠깐 회의감을 가지긴 했었지만, 막상 그것으로 인해 설명되지 않는 사례를 직접 맞닥뜨리니 회의감이 증폭되었다. 그리고 다음 공유될 장하준 박사의 주장은 더욱더 파격적이다.
2. “문제는 규제의 절대량이 아니라 규제의 목적과 내용이다.”
우리는 흔히 우리나라를 규제 공화국이라고 일컫는다. 실제로 나 또한 한국에 귀국한 뒤 그런 점을 강하게 느껴왔다. 암암리에 규제는 나쁜 것이라는 사고를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신자유주의식 경제 교육을 받는 나에게 시장을 믿지 못하는 정부는 항상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장하준 박사는 자유무역을 표방하는 선진국의 과거를 과감히 파헤치면서 여기에도 정면으로 반박한다. 현재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미국과 영국이 가장 큰 무역 보호 국가였다는 점을 밝히면서 말이다. 과거 미국이 처음 산업을 키우려고 할 때 매겼던 관세는 우리가 현재 고관세라고 비판하는 개발도상국의 관세율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그리고 저자가 미국과 같은 나라들이 오히려 본인이 성장한 방법을 각종 규제로 남이 쓰지 못하게 막는다는 표현을 했을 때 강한 충격을 얻었다. 선진국의 발언권이 강한 WTO와 IMF 등은 분명 자유무역의 긍정적 효과를 이야기하며 많은 개발도상국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 않는가? 또한 오히려 아시아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는 적절한 보호무역과 같은 규제를 통하여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가 오히려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과는 사뭇 다르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질이지 양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완벽한 자유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시장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결정이라고 한다. 노예들의 생산성이 바뀐 것도 아닌데 노예 거래가 더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그러한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새로운 자본주의를 위하여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그런 주장들에 대한 근거가 있다 보니 꽤나 타당하게 들린다.
이러한 주장을 통해서 장하준 박사가 주장하는 것은 결국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난 신자본주의이다. 사실 현재의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많다. 하지만 그것은 신자유주의라는 일종의 학파로 인해 발생한 것일 뿐이지, 자본주의가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학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해서 실패하고 있는 체제가 아닌가 걱정하던 찰나에 낙관적인 그의 결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마음을 풀기에 충분했다.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어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재 시스템이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아직 희망이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였다. 합리적이지 못한 우리들은 이러한 “안도감”이라는 감정을 통해서도 효용이 달라지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것이다.
최근 <넛지>를 읽고 나서 심리학을 가미하고 있는 대안 경제학의 일종인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커졌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하여 대안 경제학이 나오게 된 배경, 즉 현재 패러다임인 신자유주의에 관해 시작할 수 있어서 큰 수확이 있던 책이었다. 앞으로 어떤 학파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지, 또 내가 가지고 있는 경제 상식을 어떤 학파가 깨줄지 벌써부설레온다. 새로운 지적 충격이 있던 모든 이에게 신선함을 주는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심화해서 보고 싶은 책들
- 리처드 탈러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대니얼 카너만 <생각에 관한 생각>
-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 마이클 센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김현종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 대런 애쓰모글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