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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철학적인 사랑 고찰

“아름다움이 사랑을 낳을까, 사랑이 아름다움을 낳을까?” (p.98)

사랑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위의 질문에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단연코 후자이다. 그러므로 이상형이 어떠한지를 묻는 친구들의 질문 앞에서 침묵한다. 그가 베토벤 머리를 하고 왔을 때는 매력을 느꼈지만, 지하철 안 불특정 인물을 보면서는 ‘이발을 좀 하시지.’ 라고 생각했다. “공대생이 좋아.” 라고 했지만 들어맞지 않는 케이스가 많아서 자꾸 조건을 붙였다. “대학원생이어야 해, 논문에 수식(數式)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어.” 등. 외모나 신분 같은 속성이 아름다움을 낳지 않는다. 그 사람이어서 그마저도 아름다운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야기’였지만 약간 지루하게 읽었다. 어떤 부분은 과하게 현학적이라고 생각했고, 내용이 늘어지는 부분이 있었고, 문장도 매끄럽지 않았다. 책 초반부에 ‘나’가 클로이에게 빠져서 설레는 감정들을 풀어놓을 때는 ‘저렇게 해서는 사랑이 곧 끝나겠는데?’하고 추측했다.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렸고, 드라마를 보듯 결말을 예측했다. 그리고 이내 ‘사랑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하게 읽을 수 있다는 데에 놀랐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상대에게 빠져들던 시절이 그립기도 했다.

물론 사랑의 형태가 한가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 커플의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다. 무르익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도 사랑이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감정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필자의 친구는 단지 음식취향이 맞아서 만남을 지속했다. 2년이 훌쩍 넘도록 연애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서로 사랑이 깊어졌나 보다. 드라마나 문학작품에서 연애나 사랑을 다룬다고 하면 약간 낮추어보는 이들도 있지만 꼭 그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드라마 주제곡에도 나왔듯이 인간사 모든 것은 사랑 때문이다.

책에서는 주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지만 내용은 상당히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다. 연애라는 소재 하나를 가지고 인간관계 전반을 고찰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챕터를 읽으면서도 사고가 확장되어서 그 생각 하나를 가지고도 에세이 한 편을 쓰고도 남겠다고 생각했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별로 재미는 없는 책을 건너뛰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책 안에 삶을 이루는 원리가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자아를 성찰하고,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대한 통찰한다. 연애감정을 소재로 인간관계에 대해 이토록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저자가 존경스러웠다.

책을 읽고 나면 늘 느끼는 바이지만 책도 아는 만큼 읽힌다. 내용이 지나치게 현학적이라고 했지만 그 안에서 다루는 철학개념에 좀 더 조예가 깊었다면 더욱 깊이 있게 읽었을 것이다. 특히 ‘사랑의 언어’를 다루는 부분은 소논문 한 편으로도 엮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도 매우 깊이 있게 다뤄서 저자가 심리학을 전공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클로이와 부모님의 관계나 클로이의 인형인 ‘구피’에 대해 풀어낼 때 특히 인상 깊었다.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을 때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냥 사랑이야기 그 이상이다.

[ 한줄 평 및 별점 ]

★★★☆☆ ( 3점 / 5점 )

두뇌가 명석한 사람의 연애일기 – 사랑의 철학적 고찰

[ 인상 깊은 문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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