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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심리학. 과연 돈에만 적용될 이야기일까?

돈에 관한 많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지난해 중고차를 구매하기도 했고, 최근 아이맥 구매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한 탓에 할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도서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이야기하라면 역시 아쉬움이 먼저다.

초보자를 위해서일까? 쓸데없는 부연설명이 너무 많다. 그 이유는 역시 하급 개그 덕분이다. 맥락과 관련 없는 하급 개그를 한 탓에 말이 길어졌다. 굳이 이 책이 400페이지가 넘어가야 하나 싶다.

360페이지부터 3부 부의 감각을 키우는 법이 시작되는데, 역시 짜증이 났다. 세상에. 3부에 이 책을 요약해뒀다. 사실상 이 책은 3부를 읽고, 정 궁금하다 싶은 것을 들춰보면 되는 것이다. 그만큼 각 파트에 관한 쓸데없는 부연설명이 많다. 다시 말하지만, 하급 개그는 이 책 평점을 깎기에 충분했다.

짜증을 머금고, 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지식 노동자의 공정함과 노력

지식 노동자 시대다. 나 역시 프로그래밍이라는 지식 노동을 하고, 내 주변에도 지식 노동자가 많다. 기술은 많은 것을 보완하며, 앞으로는 더욱 지식 노동이 일반화될 것이다.

본문에 내가 경험한 것과 같은 류 이야기가 나와 공유하려 한다.

컴퓨터 수리 기술자를 생각해보자. 그는 당신 회사의 핵심 서버가 고장 났을 때 구성파일 하나만 수정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때 당신 회사가 이 기술자에게 수리비를 지불하는 근거는 겨우 5초밖에 안 걸리는 그 단순한 조작이 아니라 어떤 파일을 바꿔야 하는지 알고 그 방법을 알고 실행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처음 투입된 신입 개발자 시절 이야기다. 리더가 버그를 발견해서 고쳐달라고 요구했다. 슬쩍 봤더니 간단한 버그였다. 슉, 수정해서 리더에게 수정했다고 보고했다.

리더 : 어라? 벌써 고쳤네? 어떻게 했어?

나 : 아, 그냥 간단히 한 줄 수정했어요.

리더 : ?? 그리 간단한 걸 왜 이렇게 만들어놨었어? 처음부터 그렇게 해야 할 거 아냐?

나 : …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뒤부터 나는 내가 한 작업을 가벼이 전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리더가 또 다른 버그를 제보했고, 역시 간단히 고쳤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답했다.

리더 : 이 버그는 어떻게 고쳤어?

나 : 아, 그게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고민하다가 적절한 방향으로 수정을 했습니다. 아마 이제 발생하지 않을 거에요.

리더 : 오!! 고생했어.

사실 내가 한 일은 비슷하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게 그렇다. 조금만 잘못되면 크게 어긋날 수도 있다. 반대로 조금만 수정하면 정상이 된다. 때문에 어느 곳에 어떤 수정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을 가벼이 전달하는 건 내 몫이다. 이후 나는 내 작업을 명확히 파악하고, 적절히 전달하는 데 내공을 쌓았다. 어쨌든 내 작업을 평가하는 사람이 내 일을 쉽고 가볍게 생각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이는 돈과도 이어지는데, 내 일에 관해 적절한 방패를 가지고 있을 때 내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내 몸값을 굳이 싸게 팔 필요가 있는가? 내 가치가 정해져 있다면,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게 비즈니스다. 나에 관한 비즈니스 말이다.

이는 저자가 말하는 ‘언어’ 관점에서도 적절하다.

언어는 비록 와인 자체를 바꾸지는 않지만, 우리가 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그냥 버그를 수정하는 것과 적절한 설명을 하며 수정하는 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공대생이 인문학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 말할 수 있겠다. 또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 중 하나라고도 말하겠다.

돈에도 이 기법이 적용된다고 하니, 이해는 쉬웠다.

비교. 모든 것의 시작

비교는 내가 요즘 고통받는 이유 중 하나다. 나는 일을 늘 벌이는 편인데, 종종 막다른 길에 서서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 내가 만들었지만, 그 고통은 늘 무겁다.

상대성은 사람들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준다. 손꼽히는 일류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이들 가운데 일부는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정말 잘 처리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보다 더 ‘성공한’ 최고 수준의 동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신의 업무능력이 뒤처진다고 느낀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저자는 상대성에 빠지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 비교는 가장 쉬운 것 중 하나다. 단순히 친구와 비교, 동료와 비교 등은 때로는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동력은 얻기도 쉽지만, 잃기도 쉽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 것의 적정 가격을 전혀 모를 때 보통은 지나치게 비싼 고급품이나 너무 싸구려를 선택하지 않는 것을 최상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중간 지대에 놓인 것을 선택하는데, 이 중간 지대에 놓인 제품이야말로 여러 가지 선택지를 설정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애초부터 팔고자 한 제품인 경우가 흔하다.

돈에 관해서도 그렇다. 지난해 중고차를 샀는데,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해 1천만 원으로 구매했다. 당시엔 선택지가 너무 많아 고통이었는데, 주변에서 자꾸 더 좋은 차를 추천하는 못된 아재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

결국 내 자금 사정에 맞춰 1천만 원 중고차를 샀지만, 현재는 무척 만족한다. 처음엔 내 차가 생겨서 좋았고, 친구 만나는 용도로 모자람이 없어 좋았다. 점차 주변 차가 눈에 익고, 내 차와 비교를 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당장 차에 큰 욕심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었다.

차를 살 때는 주위에서 ‘그럴 바엔 이 차를, 그 돈이면 이 차를’ 등 많은 공격이 들어온다. 하지만 막상 차를 사고 나니 나는 차가 앞으로 가고, 멈추는 등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면 만족했다.

나는 이 차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내 시간을 아끼는 등의 역할로 봤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갖고 싶은 멋진 차가 있고, 지금 차와 비교하면 빨리 새 차를 사고 싶다. 하지만, 차에 관한 용도를 떠올리면 전혀 필요하지 않다.

비교는 모든 것의 시작이고, 고통의 시작이다. 때로는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어차피 꺼질 동력이라면 막아두는 것도 괜찮다.

이 돈으로 더 많은 가치를 낼 수 있다면?

책을 읽으며 빠진 부분이 있어 저자에게 묻고 싶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당장 마시멜로를 받아먹을 지, 일주일 뒤 마시멜로를 두 배 받아먹을 지 묻는다. 그리곤 저자는 이 시간을 1년 뒤에 받을지, 1년 하고도 1주일 뒤에 받을지에 접목해 첫 번째 선택이 ‘자제력이 없다’ 평한다.

글쎄, 이 실험에서 1년 뒤와 1년하고도 1주일 뒤로 시간을 옮기는 건 원래 마시멜로 실험과 전혀 달라진다. 이 지문으로 아이들에게 다시 물으면 당장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 선택과 1년 뒤 선택이 같을까? 전혀 다른 질문지를 들고 자제력이 없다 평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마시멜로를 당장 선택해 1주일간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계산하지 않는다. 철저히 마시멜로를 언제 가져가느냐에 따라 자제력을 평가한다.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만일 마시멜로를 당장 받아 마시멜로 3배 값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과연 자제력이 부족한 걸까?

단순히 마시멜로 이야기뿐 아니라, 저자는 당장 돈을 사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반쪽짜리 연구라 할 순 없겠지만, 그 절반 혹은 그 절반의 절반 정도 부족한 책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돈에 관한 심리학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은 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하찮은 개그를 줄이고, 더 수익을 내는 내용 등을 실험했다면 별점을 더 올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마무리

수익이 한정된 직장인에게 이 책은 적절할 수 있다. 좀 더 돈을 관리하고, 노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야를 확장할 때다. 수익을 더 늘리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보면 부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소비에 관한 방어들이 병행돼야 하겠지만, 수익을 더 내는 방안도 병행돼야 하겠다.

정말 그 하찮은 개그만 뺐어도 좋은 책일 텐데. 아쉬움이 크다.

한줄평 ★★★☆☆

돈 심리학. 과연 돈에만 적용될 이야기일까?

인상 깊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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