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W

Useful, but Dangerous

위험한

위험한 책이다.

사람은 저마다의 길이 있다. 살아온 길이 다르기 때문에 살아갈 길 또한 다르다. 그래서 내가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 이유다. 성공한 사람의 길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따라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기에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번 책은 배울 점도 많았지만 위험한 책이라는 생각이 컸다

저자는 버커니어라는 용어를 활용해 학교를 떠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자신의 길을 안내한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학교는 형식적인 커리큘럼만을 고집하는 곳이기에 창의성이 부족한 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크게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는 단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과의 시간 속에서 다름을 배우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배우고,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갖추어 나가는 삶의 장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저자는 그냥 부적응자였다고 생각한다.

난 학교가 좋았다. 비록 사건 사고도 많이 일으켜서 많이 혼나고 맞기도 했지만, 저자가 말 한 것처럼 그 속에서 많은 걸 배웠다. 결과가 어떻든 친구들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 이상한 선생님과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하는 인생을 배우고 이 모든 시간 속에서 자아를 키웠다.

단지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학교를 필요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버커니어

그래도 이 책의 중심은 버커니어라는 삶의 길을 알리는 것이다.

버커니어는 저자의 어릴 적 혼자만의 길을 가야 했던 삶이 만들 수 있는 최적의 길이라 생각된다.

버커니어는 스페인에서 쫓겨난 개척민들이 스페인의 배들을 습격하며 살았던 해적이다. 저자에 의하면 이들은 어떤 사회적 형식을 배제하고 자신들만의 최선의 길을 나아간 사람들이다.

저자의 배움에 대한 자세는 본받을 점이 많다. 학위, 자격증 등 목적 없는 형식보다는 모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배움을 찾아 나가는 자세는 정말 훌륭하다.

나 또한 최근 사회가 인정하는 여러 자격증을 따려고 시도했다. 컴퓨터 자격증, 영어 성적 등 내 커리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도했지만 한달만에 관뒀다. 다른 건 핑계이고 솔직히 내가 끈질김이 없다. 그래서 20살부터 공부와는 등지고 살았다.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본업인 내 기본을 더 다지기 위해, 그리고 가장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책을 읽기로 했다. 한 달에 두 권!

저자는 딴짓을 즐긴다. 경중을 떠나 모든 시간이 배움이라는 자세를 가진 사람은 빈둥거리고 딴짓을 하는 모든 시간 속에서도 배우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가장 좋았다.

대학교를 포함한 학창 시절 참 많이 들었던 소리가 ‘쓸 데 없는 시간 보내지 마라’ 였다. 왜냐하면 난 취업할 때 자격증이 없었다. 심지어 토익 점수도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기자도 해보고 군고구마 장사도 해보고 장교도 해보고 먹고 놀고 책 읽고 운동하고 사람들과 놀았다. 저자와 비슷한 점은 나한테도 사회가 원하는 점수가 오히려 쓸 데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나만의 길을 걸었고 다행히 후회 없는 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도 모든 순간이 배움의 길이고 이 배움이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어 준다고 생각하려 한다.

위험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위험하다.

대다수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다 – p192

꽃들에게 학교가 필요 없는 것처럼 아이들의 정신세계도 저절로 꽃을 피운다 – p253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위 구절들은 이 책이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자가 성공한 과정이 대단한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저자는 삶의 모든 순간이 배움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다수 사람들이 자기처럼 자기 계발을 안 한다는 이유로 노력하지 않고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다고 폄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 계발을 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삶에서 더 배우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저자가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커리어적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일수도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위험한 발언인 것 같다.

두번째 문장은, 저자가 자신의 아들 또한 초등학교를 자퇴한 채 혼자서 방에만 틀어박혔음에도 믿고 뒀더니 몇 년이 흘러 멋진 소설을 작성하고 있었다는 내용을 말하면서 말한 문장이다. 저자가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았고 학교도 자퇴한 채로 혼자 성공했다고 해서 아이들 또한 학교가 필요 없이 저절로 꽃피운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필요 불필요를 떠나서 사람이라는 따뜻함 속에서 정신세계를 만들어간다. 저자는 자신의 길이 남들과 너무 달랐기에 자신의 길이 맞다고 억지 부리는 듯한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저자를 존중하듯 저자 또한 다름을 존중하는 자세로 이 글을 썼다면 이 책이 더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책을 덮었다.

19금 책

인상 깊은 문구

자기 의지로 인생을 개척하려는 사람은 학교를 다니든 안 다니든 숙제를 하게 됩니다 – p14

선생님이 할 일은 아이들이 울타리 안에 얌전히 모여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밖으로 나가 자기 운명을 찾도록 독려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길을 보여 주세요! – p18

배움은 공부를 통해 ‘자아’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 p19

배웠다고 해도 이를 실제 습득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저 접수한 것에 불과하다.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지혜로 삼으려면 곰곰이 생각하고 또 직접 말로 떠들어 봐야 한다 – p60

나는 직감을 쫓아가지 않는다. 직감을 활용할 뿐이다 – p71

지식은 전달이 아닌 내 경험을 통해 능동적으로 구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난장판처럼 보일지라도 이는 내가 아직 모르는 질서의 한 모습일 뿐이다 – p106

딴짓은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방법이다 – p132

나는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처럼 패배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당신 잘했어, 악당을 물리쳤군, 내가 연기한 그 악당 말이야! 내게 고마워할 건 없어! 그 이후로 난 실패해도 개의치 않았다 – p167

나는 어떤 일을 겪든 그것을 교훈으로 삼는다. 내 존재를 부정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 p181

대다수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다 – p192

모든 건 전체의 일부다. 배움 역시 모든 사건에 내가 반응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 p239

꽃들에게 학교가 필요 없는 것처럼 아이들의 정신세계도 저절로 꽃을 피운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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