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우리 아들 공부하다가 20대 다 보내겠네”
제가 요즘 저희 어머니한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인데요. 대학을 졸업하고도 또 대학원 수업에 입시까지 준비하며 고통받는 제 모습이 여간 안쓰러우셨나 봅니다. 하긴 과제하다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 시간도 벌써 새벽 6시를 훌쩍 넘겼으니 그러실 만도 하네요.
하지만 진짜 무서운 사실은 제가 평생토록 공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워낙 복잡한 데다가 빠르게 발전하니 공부할 것이 줄어들 수가 없다는 것이죠.
저 사실을 무섭지 않게 만들 방법은 단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즐기면 그만인 것이죠. 하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에게 “즐거운 공부”는 마치 “뜨거운 얼음” 같은 표현처럼 들리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20살에 애플 최연소 팀장을 했던 제임스 마커스 바크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줬습니다. 그가 썼던 책 “공부와 열정”에서는 공부가 그렇게 지루하지만은 않다고 말하는데요.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책인 만큼 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공부할 자료가 없다는 핑계는 먹히지 않는다
위 영상은 제가 즐겨들었던 인도네시아 출신의 래퍼 Rich Chigga의 뮤직비디오입니다. 그는 성숙한 목소리는 물론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여주며 고작 16살이라는 나이에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점은 그가 단 한 번도 외국에 가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리치 치가가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데에는 인터넷의 공이 큽니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래퍼의 음악을 듣고 인터뷰를 보면서 영어를 스스로 체득했기 때문이죠.
바크는 진작부터 인터넷의 이런 힘을 믿고 있었나 봅니다. 그는 자기가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다면, 당장 나가서 그 공부를 하라고 말합니다.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죠.
내가 배우는 지식은 내 주변 어디에나 깔려 있다. 나는 이를 얻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승인을 구걸하지 않는다.
실제로 인터넷이 이렇게나 발달한 21세기에 배울 곳이 없다는 말은 힘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검색하는 능력만 조금 키우면 지식 그 자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지식 내용 그 자체보다도 그 지식을 찾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 것 같습니다.
“지식 노동자의 성공은 현재 아는 사실이 아니라 배우는 방식이 좌우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책 중반부에서 소개되었던 여러 가지 공부 방법들은 매우 유익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계기로 공부법 그 자체에 관한 관심도 생길 수 있었죠.
“자기”가 빠져버린 것 같은 “자기소개서”
근데 제가 즐거운 공부를 하기 위해선 있어 공부법보다도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바로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가 공부를 사랑하게 된 방식은 매우 간단합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분야들을 공부하고, 이들을 연결 짓고 문제를 풉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배움은 공부를 통해 ‘자아’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얼마나 즐거울까요? 자기가 세운 기준에 따라 자신만의 공부계획서를 만들고 이를 실행해나가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
저 구절을 읽는 순간 제가 왜 최근에 공부로 스트레스 받았는지 이유가 명확해졌습니다. 입시를 위한 공부가 바로 그 원인이었습니다. 입시의 가장 강력한 힘이 저를 무기력하게 만든 것이죠.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자격”을 받기 위해서 별 관심 없는 공부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습니다. 남이 만든 일련의 기준을 넘지 못하면 공부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준 좌절감이 컸던 것이죠.
더 큰 문제는 공부 뿐만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활동마저도 이제는 남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바크의 말대로 하나의 경험을 통해 여러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경험의 힘은 정말 막강한데 말이죠.
샛길의 지혜란 원래 하려던 일이 아닌 옆길로 빠지면서 배우는 많은 지식을 뜻한다. 이 원리가 가능한 이유는 인생살이가 딱 그 교훈만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갖가지 교훈을 동시다발로 전하기 때문이다.
합격을 하기 위해서 저는 입학사정관 마음에 드는 활동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자연스레 “이 활동을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을까?”, “어떻게 엮으면 스토리라인이 맞을까?” 등 공부뿐만 아니라 활동을 할 때도 저런 생각을 하며 활동을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죠.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저의 자아를 찾기는커녕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도 온전히 그 경험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값진 경험만큼 제 자아를 찾아줄 인생의 공부는 없는데도 말이죠.
물론 덕분에 자기소개서는 정말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2년간 있으면서 제 모든 공부와 활동을 자기소개서에 적은 “오형진”에 맞춰져 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겠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자아를 찾는 즐거움에서 꽤나 멀어진 것 같았습니다. 최근 제 공부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을 찾아낸 것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진정한 “오형진”이 아닌 자기소개서 속의 “오형진”이 되기 위한 공부가 재미있을 리가 있을까 싶네요.
지금이라도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내가 쏜 화살이 어디에 꽂히든 그곳을 중심으로 과녁을 그리는 것이다.
제 상황에서 바로 이것이 책에서 찾은 저의 솔루션입니다. 마음 가는대로 수많은 화살을 쏘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것이죠. 마치 스티브 잡스가 했던 “점들을 이어라”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입시를 때려치우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분방한 제가 법 공부를 하겠다며 이런 생활을 2년째하고 있는 것인데요. 입시를 포기할 생각은 여전히 1도 없습니다.
다만 법과 정치와 관련된 점을 그리면서도 제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는 것입니다. 바크의 말대로 의식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통제가 안 되기 때문이죠.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알아낼까? 내 감정을 살피면 된다. 내 감정은 다양한 행동에 무관심하거나 동요하는 모습으로 반응한다.
저는 사실 제 취향도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로 저 자신에 대한 탐구가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도 저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것에 큰 욕심이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바크의 조언을 다 받아들인 이상 더이상 미루고 싶지 않습니다. 입시도 신경쓰고 대학원도 신경쓰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것 말고 저만의 항해를 하루 빨리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크의 말처럼 바로 행동해야겠죠.
뛰어들기! 이게 바로 핵심인데, 행동하지 않으면 내 의식은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주도 학습에서는 바다 멀리 나갔다가 마주친 기회를 잘 활용할 때에 가치 있는 것을 많이 건지게 되므로, 나는 뭔가 발견했다 싶으면 바로 배우기 시작한다.
많이 방황하는만큼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저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벌써부터 그 날이 기다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이어서 읽어볼 책들
- 오리지널스
- 폴리매스
-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