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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의 사직서, 오른손의 자만심…

“후배 밑에서 욕먹는 것도 열 받는데, 치킨 장사라도 해야 하나? 넌 나처럼 되지 마라. 언제라도 나가서 자기 일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해라”

“이 월급으로 집 사려면 평생 직장 노예로 살아야 하는데 모은 돈으로 장사나 할까?”

직장에서 술 먹다 보면 가끔 나오는 말이다. 사직서를 가슴 한 켠에 들고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저자는 자만심에 가득 찬 예비 창업자들에게 현실을 가볍게 노크해준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최근에 결혼을 앞둔 친구가 하소연한 이야기가 있다. 결혼은 집안 대 집안, 조건 대 조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친구의 어머님은 자기 자식이 아깝다는 것이다. 직업도 더 좋고, 돈도 더 많이 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생각을 여자친구 앞에서 티를 보이신다는 것이다. 단순히 보이는 직업과 돈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부모님에게 자기 자식이 최고다. 그래서 결혼할 때 많은 다툼이 있는 것 같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중저가 프랜차이즈의 치킨을 구매하면 된다’

이 책에서 기억나는 한 문장이다. 촌철살인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자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듯, 모든 사람에게 있어 자기가 피땀 흘려 모은 돈이 가장 소중하다. 그래서 상품 가격에 굉장히 치사한 입장을 취한다.

솔직히 나 또한 그렇다. 그래서 난 4,100원짜리 아메리카노 대신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8,000원짜리 딸기 대신 2,500원짜리 바나나( 8송이)를, 18,000원짜리 브랜드 치킨 대신 8,000원짜리 대형마트 치킨을 선호한다.

내 지인은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 대신 직접 집에서 커피를 제조해서 텀블러에 가지고 다니며, 과일은 먹지 않으며, 시장에서 1,000원짜리 돈가스를 사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5,000원짜리 시장 치킨을 사서 집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술을 마신다.

그렇다고 내 기준에서 높은 가격대의 상품을 욕하지는 않는다. 그 상품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객관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단순한 사람들이 단순하게 재료에 해당하는 원가만을 말하며 상품의 가치를 폄하한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대체재가 있다. 내 돈이 소중하여 어떤 상품의 가격이 부담된다면 너무 많은 대체재 중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 된다.

내 돈만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내 눈에 부담되는 그 상품 또한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밥 한 끼를 위해 피땀 흘려 만든 상품이다.

우리의 노동은 원가가 얼마나 될까? 우리가 하루에 일하는 데 들어가는 원가는 사실상 세끼 밥 정도이다. 누군가가 세끼 밥만 먹으면 충분한데 연봉을 몇 천만 원씩이나 받는다고 비난한다면, 그것이 타당하다고 느껴질까? – p113

최근에 또 다른 결혼을 앞둔 친구가 하소연했다. 여자친구가 프로포즈 선물로 명품백(S로 시작하는)을 갖고 싶다고 해서 200만 원 정도 되겠지 하고 알았다고 했다가 찾아보니 600만 원이 넘는 것을 알고 분노를 했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이냐는 거였다. 그래서 말했다. 부의 상징, 질투와 시기를 불러일으키는 이미지, 자신감과 자존감을 올려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어마어마한 광고와 마케팅 비용을 오랜 시간 동안 소모했고,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이 스스로 명품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결국 여자친구와 한바탕 소동 끝에 한 단계 아래 명품으로 바꿨다고 한다. 명품이야말로 소비시장을 소비자가 만들어간다는 원칙을 보여주는 것 같다. 상품의 가치는 고객의 바람이 결정한다.

달라

좋은 아이템보다 사람들에게 좋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첫 직장에 들어간 지 1년 즈음, 꿈이었던 직장이라는 환상이 와작 깨지며, 이직을 준비하던 중, 장사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이 젊음이면 뭘 하든 성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장사의 실패를 겪었던 부모님의 반대로 지금은 월급의 노예가 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그때 내가 장사를 했다면 성공했을까 라는, 굉장한 의심의 눈초리로 돌아봤다. 수십 년 전 기회가 많던 시절, 젊음과 패기면 뭐든 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내 패기는 자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한다. 난 다르다고. 잘못된 선택을 해서 실패하는 사람들과 다르다고. 난 직장에서도 인정받았기 때문에 장사를 해도 잘할 거라고.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런 자신감으로 자영업을 시작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지만 80%는 5년도 안 돼 폐업한다. 20%만이 치밀한 사전 파악을 통해 최적의 위치와 아이템을 선정하고, 개업 이후에도 끈질기게 고객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사람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다르며, 계속해서 변하는 사람들의 선호도를 충족하기란 정말 어렵다. 기업만 봐도 매년 조직을 바꾸고 인사이동을 하며, 현 제품에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가한다. 변하지 않으면 정체된다는 것을 살아남은 기업들은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합리화가 가능한 선에서 거짓말이나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 p69

굉장히 동의하는 문구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기합리화가 가능한 범위에서 나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곤 한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자신의 영업이익을 위해 고객에게 거짓말이나 부정행위를 했다가 들통나서 망하기도 한다.

약 20년 뒤 나 또한 회사에서 떠밀려 나온 뒤, 장사할 가능성이 높다. 장사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라는 이 책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비자이며 동시에 언제든 공급자가 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꿔줄 수 있는 책

인상 깊은 문구

무지로 인한 분노와 불신은 결국 소비자인 내가 누릴 수 있는 이익을 줄이는 동시에, 좋은 생산자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든다. 우리가 더 이상 무지의 상태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 p25

이들은 왜 분노를 조장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경우 분노를 조장하는 쪽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 p26

사람들은 모두 자기합리화가 가능한 선에서 거짓말이나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 p69

대부분의 성공 스토리들은 성공에 도취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 p71

식음료 사업에서 신선도와 품질은 성공의 요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잘되기 때문에 재료가 신선한 것이고, 잘되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것이다. 잘되지 않는 집은 재료를 오래 묵혀둘 수밖에 없기에 자연히 신선도와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 p79

좋은 아이템보다 사람들에게 좋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아이템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템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의 크기다 – p85

흔히 소비자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옳은 선택을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 p99

직관과 예감은 이미 사실로 판명난 것들을 위해 준비된 단어이다 – p100

운칠기삼에 담긴 진짜 의미는 생각보다 개인의 노력과 실력이 미치는 영향은 보잘것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작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것 말이다 – p101

원가란 이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비용이란 점이다 – p105

가격이 부담된다면 중저가 프랜차이즈의 치킨을 구매하면 된다. 소비자의 가격에 대한 가장 큰 저항은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중저가라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구매하고 싶으니까 싸게 팔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에 가깝다. 수익 마진을 정하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판매자의 권리이자 권한이고, 소비자는 소비를 거부하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08

어쩌면 오히려 폭리를 취한 것은 소비자일지도 모른다.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은 외면한 채 가격 인상에 반발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대기업에 의한 가격 후려치기와 닮은 부분이 있다 – p109

일반 음식점에서 원가율이 30%를 넘어서면 대부분 손해가 난다 – p111

우리의 노동은 원가가 얼마나 될까? 우리가 하루에 일하는 데 들어가는 원가는 사실상 세끼 밥 정도이다. 누군가가 세끼 밥만 먹으면 충분한데 연봉을 몇 천만 원씩이나 받는다고 비난한다면, 그것이 타당하다고 느껴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무지와 편견으로 인한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소비시장에 대한 이해도 요원할 뿐더러 누군가 우리의 노동의 대가를 과소평가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 p113

그런데 소비자 가격에서 유통비용의 비중이 43.8%밖에 되지 않고, 농가 수취율이 56.2%나 되는데다가 농산물 소비가가 비쌈에도, 왜 우리 농가의 수익은 낮을까? 그것은 우리 농가의 농업 생산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 p118

만약 가맹점주가 되려는 사람들이 직접 창업했다면 과연 오래갈 수 있었을까? 평균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프랜차이즈 가명점이 되거나, 철저한 차별화와 유연성으로 작지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게. 이 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가게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 P135

짜왕과 진짬뽕의 성공은 프리미엄 라면이라서가 아니라, 기술력으로 오리지널 상품과 질의 간극을 좁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았기 때문이다. 불황에도 프리미엄 제품이 팔린다고 놀라워할 것이 아니라, 불황이라 원래부터도 특별하지 않았던 오리지널 상품이 더 저렴한 대량생산품으로 대체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대체효과라고 한다 – P140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퍼센트 낮았다 – P239

많은 사업자들이 자영업을 시작하여 금방 망하는 것은 쫒기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 – P241

자영업자들이 너도나도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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